요즘 ‘기아’를 입력하면 화면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는 자동차 브랜드가, 다른 쪽에는 국제 뉴스 속 식량 위기가 있다. 같은 글자지만 결이 다르다. 이 낯선 겹침을 지나치기엔, 기아가 가리키는 현실은 너무 오래 우리 곁에 있다.
우리는 보통 기아를 먼 나라의 사진으로 먼저 떠올린다. 메마른 땅, 줄지어 선 식량 배급소,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든 아이. 그 장면은 강렬하지만, 동시에 너무 강렬해서 우리 생활과 무관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기아는 갑자기 떨어지는 재난이라기보다 오래 쌓인 결핍의 끝에서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 식료가 없는 것뿐 아니라, 식료를 살 돈이 없는 것. 길은 있는데 시장이 무너진 것. 수확은 있지만 그 수확이 일부 사람의 손만 채우는 것. 이런 불균형들이 겹치면 기아는 조용히 현실이 된다.
기아는 종종 ‘배고픔’보다 넓은 의미로 작동한다. 아침에 먹을 게 없다는 불안, 점심값을 계산할 여유가 없다는 감각, 밤에 아이에게 과일 한 봉지를 내밀지 못하는 미안함. 이런 순간들은 통계보다 먼저 사람의 하루를 흔든다.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가계는 먼저 채소와 과일의 종류를 줄인다. 고기와 유제품은 더 비싼 선택지가 되고, 가공식품과 즉석 음식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집에서는 칼로리는 채워도 영양은 채우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배부르지만 배고픈 상태’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문제를 개인의 절약이나 식습관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어떤 가구는 식비를 줄여도 남는 돈이 거의 없고, 어떤 지역은 가까운 슈퍼마켓보다 편의점이 더 많으며, 신선한 식재료는 더 멀리서 운송된다. 분쟁은 물류를 끊고, 폭염과 가뭄, 이상저온은 농사의 예측을 무너뜨린다. 기후 위기가 식량 문제와 자주 함께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날씨가 바뀌면 곡물 가격이 흔들리고, 곡물 가격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저소득 가구와 작은 농가, 그리고 도시의 취약한 이웃들이다.
기아의 영향은 건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교를 결석하는 일도 늘어난다. 성인은 몸이 무거워져 노동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한 집의 식탁이 흔들리면 그 집의 계획도 흔들린다. 기아는 개인의 불운처럼 보이지만, 사회가 얼마나 안전판을 갖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기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구호에서 끝나면 안 된다. 긴급 식량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긴급 상황 이후에도 사람들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 의료, 교육, 교통, 지역 마켓, 학교 급식, 기초 생활 지원. 이 중 하나가 빠지면 식탁은 다시 불안해진다. 기아를 줄이는 일은 결국 사회가 밥을 둘러싼 선택을 얼마나 공정하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한편으로 기아는 폐기와도 맞닿아 있다.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이유,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재고 부담 때문에 음식은 아직 쓸 수 있는데도 버려진다. 버려지는 음식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다. 그 안에는 물, 토양, 노동, 운송이 모두 들어 있다. 식량이 부족하다고 말할 때, 문제는 ‘전 세계에 음식이 전혀 없다’는 것보다는 ‘음식이 잘못 분배되고, 너무 일찍 사라진다’는 데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국가와 지역이 같은 사정을 겪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기후 충격이 크고, 어떤 곳은 전쟁으로 시장이 붕괴된다. 어떤 도시는 식량 지원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도 여전히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이주 노동자가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아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원인이 복합적이라면 대응도 복합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기아라는 단어를 다시 읽는 일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자동차 브랜드를 떠올릴 때와 같은 글자라고 해서, 그 단어가 지닌 원래의 무게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검색창에 ‘기아’를 입력하는 순간, 화면은 서로 다른 세계를 나란히 놓아둔다. 하나는 이동 수단과 디자인, 미래 산업을 이야기하고, 다른 하나는 생존과 결핍,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이 간극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덜 추상적으로 변한다.
기아를 멀리서 보면 뉴스다. 가까이 보면 이웃이다. 그리고 정책이 없으면 내일의 식탁이 된다. 다음에 기아라는 단어를 마주한다면, 우리는 잠깐 멈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단어가 누구의 배를 채우지 못했고, 누구의 이름을 바꾸었으며, 우리 사회가 무엇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지.
기아를 검색한 다음에 남는 질문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5w7o016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