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 지방의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 결과가 발표된다. 수도권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든든한 선택지는 언제나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교다. 과거에는 '서울 가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통하기도 했지만, 요즘 대학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학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캠퍼스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부터 50년대에 걸쳐 설립된 이들 대학은 이름 그대로 '거점(拠点)'이었다. 지역 산업의 두뇌 역할을 했고, 지역 청년들에게 고등교육의 사다리를 제공했다.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10개의 거점 국립대가 각 광역시도에 하나씩 뿌리내린 것은 국가 균형 발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들이 지역의 문화, 경제, 학술을 이끄는 중심축이 되면서 지방 도시들은 나름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고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서 '거점'의 의미는 점차 퇴색했다. 우수한 학생과 교수진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블랙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출산율 하락으로 대학에 진학할 젊은이 자체가 줄어드는 학령인구 절벽이 덮치면서, 지방 국립대학교는 생존이라는 낯선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가 생기고, 캠퍼스에는 빈 강의실이 늘어나는 현실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위기를 넘기 위해 거점 국립대학교가 취해야 할 태도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학위를 수여하고 지역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인력 양성소'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사, 그리고 지역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고령화 문제를 연구하고,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 난제를 함께 풀고,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와 주거, 문화 인프라를 대학이 주도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도시 전체를 캠퍼스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재정의 한계는 늘 발목을 잡는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지역 기업이 서로의 책임만 떠넘기는 불협화음도 여전하다. 지역 혁신 전략에 맞춰 지자체와 대학이 손을 잡는 새로운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체질 개선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린다. 거점 국립대학교 총장들과 구성원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거점'이라는 두 글자는 이제 단순한 지리적 중심지를 넘어, 지역 소멸을 막아내는 마지막 방파제라는 무게를 띠게 되었다.
대학의 가치는 랭킹이나 입시 성적표의 숫자로만 평가될 수 없다. 특히 거점 국립대학교의 가치는 그 대학이 위치한 도시가 얼마나 활력을 띠고 있는지로 증명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기꺼이 머물고 싶은 캠퍼스, 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 거점 국립대학교가 다시금 지역의 심장으로서 힘차게 뛰기 시작할 때, 비로소 '거점'이라는 이름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거점이라는 이름이 무거워지는 이유: 지방 국립대학교의 역할과 미래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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