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학교, 지역의 미래를 붙잡는 대학의 역할

한 지역의 청소년이 진학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을 떠올리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대학 선택이 곧 지역 이동이 되고, 졸업 후 취업과 결혼, 양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흐름 속에서 거점국립대학교는 단순한 대학 분류 명칭이라기보다, 지역 사회가 고등교육 인력과 연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 자원에 가깝다.
거점국립대학교는 보통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을 뜻한다. 강원, 경북, 경상국립, 부산, 전남, 전북, 제주, 충남, 충북 대학 등이 예로 자주 오르지만, 정책 맥락이나 권역 구분 방식에 따라 범위와 역할은 조금씩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개별 대학의 이름보다 지역과 국립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이다. 국립대는 지방 재정과 지역 인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등록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교육 경로를 제공하고, 일정 부분 공공성을 지닌 연구와 지역 협력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할이 커진다고 해서 문제가 자동으로 풀리진 않는다. 거점국립대학교는 지역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먼저 충족해야 한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졸업장만 있는 대학이 아니라, 진로 설계와 실습, 산업 현장 연계, 지역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연결이다. 지방 소재 대학이 수도권 대학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한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대신 그 지역이 가진 산업, 문화, 관광, 의료, 에너지, 스마트 제조 같은 주제를 연구와 교육의 중심으로 삼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또 다른 쟁점은 돌아오는 대학이다. 많은 지역 대학이 신입생 유치에 집중하는 동안, 졸업생 유출을 막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거점국립대학교가 지역 인재의 입구와 출구를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역 출신 학생이 돌아와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으면, 캠퍼스 혁신은 반쪽짜리가 된다. 대학이 지역 기업과 함께 학과를 개편하고, 현장 실습을 늘리며, 석·박사 과정이 지역 산업 연구와 연결되도록 하는 시도가 필요한 이유도 같다.
교수와 학생, 지역 주민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대학이 담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은 이제 구호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구체적인 질문을 남긴다. 대학의 연구실이 지역 문제를 진단하는 자료로 쓰이는가, 학생의 팀 프로젝트가 지자체나 기업 과제로 이어지는가, 평생교육과 재직자 훈련이 지역 노동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가. 이런 연결이 쌓일 때 거점국립대학교는 지역 거점이라는 표현을 실감 나게 채울 수 있다.
물론 지역 격차는 대학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지자체의 산업 정책, 기업 투자, 교통과 주거, 의료와 문화 인프라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캠퍼스만 좋은 대학은 결국 떠나는 대학이 된다. 거점국립대학교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대학 평가의 언어를 넘어, 지역이 어떤 미래 인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공적 합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거점국립대학교의 과제는 규모를 지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안에서 배움과 일이 연결되고, 배운 사람이 머물며, 머물러도 기회가 줄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대학이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인정받을 때, 거점국립대학교는 비로소 선택지가 아니라 기반이 된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56fo9j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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