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 장수의 진짜 조건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수명'이라는 말도 함께 자주 들린다. 수명이 태어나서 삶을 마칠 때까지의 기간이라면, 건강수명은 병 없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문제는 이 둘 사이의 간격이다. 오래 살지만 마지막 몇 년을 투병으로 보내는 삶과, 노년까지 활동적으로 지내다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삶은 분명 다르다. 장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결국 이 간격을 줄이는 데 있다.
그렇다면 오래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흔히 유전을 떠올리지만, 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는 유전적 영향보다 생활 습관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쪽이다. 부모님이 장수하셨다고 안심할 일도, 그렇지 않다고 조급해할 일도 없다는 뜻이다.
세계 곳곳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유난히 높은 지역이 있다.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산악지대, 그리스 이카리아 섬,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가 대표적이며, 이들을 묶어 '블루존'이라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지리와 인종, 문화가 전혀 다른 이 지역들에서 연구자들이 놀랍도록 비슷한 생활 방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비싼 건강식품이나 특별한 의학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소박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습관이 그 답이었다.
식사 방식부터 다르다. 오키나와의 전통 식문화에는 '하라하치부'라는 말이 있다. 배가 8할쯤 찼을 때 수저를 놓는다는 뜻으로, 과식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습관이다. 식탁의 주인공은 고기가 아니라 채소, 콩, 통곡물, 해조류 같은 식물성 식품이고, 고기는 곁들여 먹는 정도에 그친다. 가공식품과 설탕이 적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가 많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결국 특별한 식단이 아니라 채소를 충분히 먹고 과식하지 않는,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원칙이 수십 년간 지켜진 결과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운동이라기보다 '움직임'이다. 장수촌 어르신들의 하루를 보면 헬스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보다 정원을 가꾸고 언덕을 오르고 손으로 일하는 모습이 많다. 격렬한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생활 전반에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일주일에 한 번 무리한 운동보다 매일 조금씩 걷고 몸을 쓰는 생활이 몸에 훨씬 오래 남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틈틈이 일어나 움직이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 장수의 토대가 된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빠놓을 수 없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혈압과 혈당, 식욕 조절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 자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습관이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든다. 스트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장수 지역 주민들이 모두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과 후 쉬는 방식을 갖고 있고 종교적이거나 공동체적인 활동을 통해 마음의 짐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탄탄한 공동체와 삶의 이유다. 오키나와에는 '모아이'라 불리는 상부상조 모임이 있어 평생 서로를 챙기고,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를 나타내는 '이키가이'를 늙어서도 잃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건강 결과가 좋다는 연구 흐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인간관계가 넓고 깊은 사람,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사람이 노년의 삶을 훨씬 건강하게 보내는 경향은 부정하기 어렵다. 장수를 위해 사람을 만나고, 지역 활동에 참여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돌보는 일이 건강 관리의 일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담배는 멀리해야 한다. 흡연은 수명을 깎는 대표적인 요인이며, 금연의 이점은 언제 시작해도 나타난다. 술은 소량이라도 매일 마시는 습관은 되돌려 생각할 필요가 있고, 간과 혈관, 암 예방 차원에서 줄이거나 끊는 것이 분명히 유리하다. 여기에 정기 검진을 통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기본 지표를 확인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은 장수를 위한 현실적인 안전장치다. 몸에 이상이 생긴 뒤 병원을 찾는 습관보다, 이상이 생기기 전에 찾는 습관이 노년의 질을 좌우한다.
정리하면 장수의 비결은 화려하지 않다. 적게 먹되 골고루, 매일 몸을 움직이고, 잠을 충분히 자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에게 의미가 되는 일을 오래 갖는 것. 거기에 담배를 멀리하고 술을 줄이고 정기 검진을 챙기는 것까지 더하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장수 설계가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이다. 오늘 저녁 식사를 조금 덜 먹는 것,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오래 살기로 정한 것보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로 작심한 그 습관들이 결국 우리의 마지막 장을 결정한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n1io1y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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