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필리핀 중부 해상에서 태풍 두쥐안(Typhoon Dujuan)이 태어났다. 이 이름은 중국 남부 광둥성의 전통 음식 '두쥐안'에서 따왔는데—찹쌀로 빚어 대나무 잎에 싸 찐 떡이다. 태풍 명명위원회가 이 이름을 붙였을 때, 아마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부드러운 이름 뒤에 얼마나 거친 에너지가 숨어 있을지.
이름의 이력
두쥐안은 사실 두 번 불렸다. 첫 번째는 2003년, 두 번째가 2015년이다. 태풍 명명체계에서 이름은 순환 재사용되지만, 특별히 강력한 피해를 남기면 은퇴한다. 2003년의 두쥐안은 필리핀과 타이완을 스쳐 지나갔고, 큰 피해 없이 이름을 보존했다. 12년 후, 같은 이름의 태풍이 다시 태평양 서부를 가로질렀다.
2015년의 두쥐안은 달랐다. 초속 55미터의 극대풍속을 기록했고, 타이완 전역에 폭우를 쏟아부었다. 타이베이에서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 지역 휴교령이 내려졌다. 농작물 피해액만 4억 타이완 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 태풍은 이름을 유지했다—은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태풍 이름의 정치
두쥐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중국이다.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각각 10개 이름을 제출하는데, 중국은 전통 음식 이름을 선호한다. 차차(차차면), 링링(링링탕), 하이쉔(해선)—모두 혀끝에 맺히는 이름들이다.
이 이름들은 기상도에 찍힌 빨간 원 안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두쥐안'이라는 음절이 라디오에서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찹쌀떡이 아니라 비, 바람, 파괴를 떠올린다. 언어의 의미가 기상 현상에 의해 덮어쓰여지는 순간이다.
기억의 불균형
2015년 두쥐안은 필리핀에서 '제니퍼(Jenny)'라는 현지 이름으로도 불렸다. 같은 태풍이 국경을 넘으면 이름이 바뀐다. 필리핀 사람에게는 제니퍼, 일본 사람에게는 두쥐안, 국제 기상기구에게는 1521호 태풍이다.
이 불일치는 재난 기억의 파편화를 만든다. 태풍 제니퍼로 검색하면 필리핀어 기사가, 두쥐안으로 검색하면 중국어와 일본어 기사가 쌓인다. 같은 자연 현상을 둘러싼 언어의 경계선이다.
2024년, 다시 두쥐안
태풍 이름은 순환한다. 두쥐안은 2024년에도 명명 목록에 남아 있다. 언제 다시 소환될지 아무도 모른다. 태평양 수온이 상승하는 지금, 태풍의 강도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2003년과 2015년의 두쥐안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띤 태풍이었다. 세 번째 두쥐안은 또 어떤 모습일까.
기상청 예보도 위성 영상도 이름 앞에서는 무력하다. 두쥐안은 이미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타이완 어머니들이 아이를 재우고 창문을 테이프로 엮었던 밤, 타이베이 지하철이 멈추었던 오후, 농부들이 과수원을 떠나야 했던 새벽—그 모든 순간을 담은 기억의 용기다.
이름이 곧 역사다. 두쥐안은 찹쌀떡에서 시작해 바람의 이름이 되었고, 언젠가 다시 누군가의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가 태풍을 이름 부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번호로는 기억할 수 없는, 인간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