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 입구를 지나가다 보면 한쪽에는 오래된 단층 상가가, 다른 쪽에는 20층 안팎의 아파트가 들어설 빈터가 보인다. 두 풍경을 가르는 것은 단지 층수만이 아니다. 그 땅 위에 총 몇 제곱미터의 바닥을 만들 수 있는지 정하는 숫자, 용적률이 숨어 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해 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 합계가 얼마나 되는지 비율로 나타낸 값이다. 1,000㎡ 대지에 용적률 300%가 적용되면 이론상 바닥면적 합계를 3,000㎡까지 계획할 수 있다. 1층 면적을 300㎡로 두고 10층을 올릴 수도, 500㎡씩 6층을 배치할 수도 있다. 다만 실제 건축은 이 간단한 나눗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폐율, 높이 제한, 층수 제한, 일조, 통풍, 주차, 도로 조건, 인접 건축물과의 관계가 설계의 범위를 좁힌다.
처음에는 건폐율과 헷갈리기 쉽다. 건폐율은 땅 위에 건물이 실제로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고, 용적률은 층을 모두 합친 바닥 면적 비율이다. 넓은 마당과 낮은 건물이 가능한 곳, 좁은 대지에 수직으로 공간을 쌓을 수밖에 없는 곳이 나뉘는 지점이다. 도심을 걷다가 “이 정도 대지에 이 높이?”라고 느낀다면, 머리 위로 지나간 층수보다 각 층의 바닥 면적이 얼마나 넓었는지를 떠올려 볼 만하다.
용적률의 숫자가 커진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땅’이 되지는 않는다. 같은 상한이라도 도로 폭, 용도지역, 지구단위계획, 기부채납 조건에 따라 실제 적용 가능한 용적률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0%가 최대치인 땅이라도 부지가 안쪽에 있고, 차량 진출입이 어렵고, 일조 민원이 많은 곳이라면 설계 단계에서 여유가 크게 줄어든다. 반대로 공원이나 학교, 도로 같은 공익 시설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추가 용적률을 인정받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숫자에는 ‘누구에게 더 많은 공간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도시의 판단이 담겨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다룰 때 용적률은 특히 민감한 주제가 된다. 사업계획서와 홍보물에는 “최대”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그러나 법적 상한과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용적률은 별개의 문제다. 추가 용적률에는 임대주택 공급, 기반시설 부담, 교통 영향 검토, 층수·높이 조정 같은 공적 조건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숫자 하나를 늘리는 일은 결국 도시의 도로, 학교, 공원, 주차장, 보행 환경을 함께 계산하는 일이다.
주거지에서는 더 노골적이다. 용적률이 낮으면 동네는 대체로 조용하고 단조로워진다. 하지만 인접 역세권이나 학군지에서는 같은 면적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더 많은 대지가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용적률을 크게 올리면 짧은 기간에 많은 세대가 들어올 수 있지만, 일조 차단, 통행 혼잡, 주차 갈등, 학급 부족 같은 문제가 따라온다. 그래서 도시는 용적률을 단순한 개발 허용 지표로 두지 않는다. 그것은 밀도의 문턱이자, 생활권의 그릇을 재는 기준이다.
부동산이나 건축 관련 기사를 읽을 때 용적률 표기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용적률 500%”라는 말은 가능한 바닥 합계를 나타낼 뿐, 층수, 호수, 주차 가능 대수, 상가 비율, 조망, 일조 조건을 모두 설명하지 않는다. 특히 발코니, 필로티, 지하주차장, 기계실 등 특정 공간이 산정에서 제외되는지는 세부 법령과 계획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실무에서는 “몇 %까지 가능하냐”보다 “무엇이 바닥면적으로 인정되느냐”가 더 큰 변수가 된다.
용적률은 도시를 수직으로 읽는 언어다. 높은 건물은 단순히 하늘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거나 일하거나 지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층을 얼마나 쌓을 수 있는지, 각 층을 얼마나 넓게 쓸 수 있는지는 동네의 리듬을 바꾼다. 아침 출근길의 버스 혼잡, 오후의 그늘, 주말의 주차장 풍경이 그 숫자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용적률을 볼 때 숫자 뒤에 도시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땅 위에 3,000㎡의 바닥을 허용한다는 것은, 그 정도 면적의 주거·업무·상업 공간이 매일 사용된다는 뜻이다.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이 차를 대고, 아이를 등교시키고, 쓰레기를 버리고, 카페를 지나가는 장면까지 포함된다. 도시는 용적률을 통해 개발의 가능성을 열면서 동시에 공공의 부담을 조정한다. 좋은 계획은 숫자의 상한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데 있지 않고, 그 숫자가 감당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함께 설계하는 데 있다.
용적률이 도시의 숨통을 결정한다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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