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힐리아드(Sam Hilliard)가 마운드에 서면, 아무도 그의 실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는 “올라프!”를 외치고, 동료들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겨울왕국’ 캐릭터라고 놀린다. 그는 이 별명이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팬들이 이름 대신 “올라프!”를 연호할 때, 타석에서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대변되는 선수, 그것이 샘 힐리아드다.
퍼포먼스보다 먼저 따라붙은 별명
2019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데뷔할 때만 해도 힐리아드는 ‘코리언 메이저리거’라는 수식어와 거리가 멀었다. 키 193cm, 체중 107kg의 거구에 흰색 홈 유니폼을 입으니 눈사람이 연상됐다. 팀 동료가 던진 한마디 “겨울왕국 올라프 같다”는 농담이 SNS를 타고 퍼졌고, 그는 순식간에 ‘올라프’가 됐다. 별명은 그의 외모를 기억시키는 가장 쉬운 지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단순한 유쾌한 거인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짧았던 기회, 그리고 긴 대기
로키스 시절 힐리리아드는 ‘플래툰’의 대표 주자였다. 우투수 상대로만 출전하는 백업 아웃필더. 2020년 7월 첫 경기에서 두 방을 때려내는 임팩트를 남겼지만, 기회는 일정에 따라 배분됐다. 2022년 시즌이 끝나자 로키스는 그를 방출했다. 메이저리그 생활 3년, 타율 .215, 27홈런. 이 기록은 ‘잠재력’보다 ‘아쉬움’에 가까웠다. 그는 혼자 캠프를 차리고 스윙 메커니즘을 뜯어고쳤다.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면, 새로운 리그가 필요했다”고 했다.
한국행, 두 번째 데뷔
2023년 12월, 힐리아드는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는 빠른 적응이 생존을 좌우한다. 그는 첫 만남에서 감독에게 “하루라도 빨리 한국 야구를 몸으로 익히겠다”는 각오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첫 주부터 새벽 6시, 체육관 불을 먼저 켰다. 2월 퓨처스리그 연습경기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며 ‘올라프 홈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캠프를 지켜본 한 스카우트는 “타구가 달라졌다. 백스핀이 줄고, 라인드라이브가 늘었다”고 평했다.
‘올라프’를 넘어서는 시간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힐리아드는 중심타선 4번을 맡았다. 4월 한 달 만에 8홈런, 타율 .312. 그러나 5월 들어 슬럼프가 찾아왔다. 슬라이더에 밀리며 삼진이 늘었다. 그때 베어스 타격코치는 “한국 투수들은 구질 변화를 읽는 시간을 준다.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힐리아드는 다음날부터 타격 연습 때 수비수 배치를 바꿔가며 배팅볼을 받았다. “타석에서 0.2초 더 오래 보면, 볼이 눈에 들어온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6월 다시 반등하며 시즌 30홈런을 노리고 있다.
별명이 아닌 선수로 기억되기
잠실구장에서 만난 힐리아드는 “올라프라는 별명이 싫지는 않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샘 힐리아드’라는 선수를 떠올렸으면 해요.” 그는 아직 한국 팬들에게 완전히 다가온 건 아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샘!”이라는 외침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덧 그는 눈사람이 아닌, 193cm의 실루엣으로 스코어보드에 새겨지고 있다.
샘 힐리아드, 그는 왜 여전히 ‘올라프’로 불리는가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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