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드라이브를 하다 울진 죽변을 지나면 도로가 유난히 곧고 시원하게 뻗어 있는 구간을 만나게 됩니다. 가로등 대신 깔끔하게 정돈된 표지판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비상활주로’라는 안내 표지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평범한 해안 도로처럼 보이지만 이 구간은 평시에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이자, 필요할 때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준비된 특별한 공간입니다. 죽변비상활주로가 무엇인지, 왜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일반 운전자는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비상활주로란 무엇인가
비상활주로는 말 그대로 평상시에는 도로로 쓰다가 비상 상황이 닥치면 군용 항공기의 활주로로 전환할 수 있게 설계된 도로 구간입니다. 전쟁이나 국가 비상사태로 기존 공항을 쓰기 어려워졌을 때, 길고 곧게 뻗은 도로가 대신 항공기의 이착륙을 담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비상활주로로 지정되어 있고, 실제로 군사 훈련 때 전투기와 수송기가 고속도로 위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습니다. 활주로로 쓰려면 단순히 길이 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커브가 거의 없이 직선으로 길게 이어져야 하고, 노면이 평탄해야 하며, 중앙분리대나 표지판 같은 시설물은 필요할 때 빠르게 철거하거나 개폐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또한 상공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이 없어야 하고, 도로 주변에 항공기 운항을 방해할 만한 장애물도 최소화됩니다. 그래서 비상활주로로 지정된 구간은 일반 도로와 비교했을 때 뭔가 넓고 성김 있는 분위기가 납니다. 그 차이는 어딘가 모르게 눈에 들어옵니다.
죽변에 비상활주로가 자리한 배경
죽변은 경북 울진군에 속한 동해안의 거점 마을입니다. 죽변항이 있어 어업이 활발하고, 깨끗한 물을 이용한 철어(웅어) 양식으로 만든 울진 캐비어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동해안 방어 축에서 죽변 일대는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합니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국도는 지형상 바다와 산 사이를 지나지만, 죽변 부근에는 비교적 평탄하고 직선으로 도로를 정비하기 유리한 구간이 있습니다. 동해안 도로 정비가 진행되면서 이런 조건을 갖춘 구간이 비상활주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검토되고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까이에 항구가 있고, 배후에 산지가 있어 지형을 활용한 은폐도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지정 경위나 규모 같은 세부 사항은 군과 도로 관리 기관의 공식 발표를 따라야 하므로, 여기서는 개념과 역할 위주로 이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죽변비상활주로, 일반 운전자는 어떻게 이용하나
핵심부터 말하면, 평시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일반 도로처럼 통행하면 됩니다. 비상활주로라는 이름 때문에 진입이 금지되어 있거나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는 그저 잘 정비된 해안 도로일 뿐입니다.
다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이 구간에서는 정차나 주차를 피해야 합니다. 비상활주로는 언제든 활주로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면 위에 물건이 고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경치가 좋다고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입니다. 둘째, 제한 속도를 지키고 차선을 잘 지켜야 합니다. 직선 구간이라 속도가 묘하게 올라가기 쉬운데, 이런 곳일수록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큽니다. 셋째, 군 훈련 등으로 구간 통제가 이루어질 때가 있습니다. 비상활주로 구간에서 항공기 이착륙 훈련이 진행될 때는 도로가 일시 통제되고 우회 안내가 나오는데, 이때는 안내에 따라 움직이면 됩니다. 통제가 끝나면 다시 평소처럼 도로가 열립니다.
동해안 드라이브 동선에 자연스럽게 얹기
죽변비상활주로는 그 자체로 관광 명소라기보다는,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 위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구간에 가깝습니다. 바다를 옆에 두고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왜 이곳이 활주로로 쓰일 수 있는지 몸으로 느껴집니다.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는 도로와 바다가 함께 물드는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죽변을 들렀다면 마을 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볼 만합니다. 죽변항 어시장에서 갓 잡은 해산물을 만나볼 수 있고, 울진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캐비어를 맛보거나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죽변에서 북쪽으로는 평해, 남쪽으로는 후포와 매화 방향으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죽변비상활주로를 중간 지점 삼아 하루 코스를 짜기에도 좋습니다. 동해안은 계절마다 인상이 달라져 봄에는 신록, 가을에는 갈대밭, 겨울에는 차가운 파도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주 던지는 궁금증
비상활주로 위에서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주행 중에 차량 안에서 찍는 사진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차를 세우고 찍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급정차는 위험할 뿐 아니라 활주로 기능 유지라는 이 구간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항공기가 실제로 내려오는 걸 볼 수 있을까요. 비상활주로에서 항공기 이착륙은 주로 군사 훈련 기간에 이루어지며, 사전 통제 구역 밖에서 관련 소식이 공지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드라이브 일정에서 우연히 마주칠 일은 드물지만, 훈련 시기에 해당 지역을 방문한다면 평소와 다른 광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비상활주로 구간이라고 표지판에 나오면 다른 길로 가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 표지는 이 도로가 비상시 활주로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지, 통행 금지를 알리는 표지가 아닙니다. 평시에는 그대로 달리면 됩니다.
동해안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
죽변비상활주로는 평화로운 날에는 조용히 도로 역할을 하다가, 필요한 순간에는 나라의 하늘길이 되는 이중의 존재입니다. 바다를 마주한 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일상적인 풍경 속에도 준비된 마음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울진 죽변을 찾는다면 캐비어와 바다 풍경만큼 이 특별한 도로 구간도 기억해 두시길 권합니다. 동해안 여행의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죽변비상활주로, 동해안 도로 위에 마련된 긴급 활주로 이야기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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