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미국 정치권 밖의 인물이 대선 경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것을 하나의 흥미로운 소재 정도로 여겼다.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의 진행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걸린 건물들의 소유주, 그리고 늘 말썽 끝에 논략을 뿌리는 사업가.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이름이 남긴 흔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권력과 언어, 그리고 대중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치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이 자주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그가 권력을 행사하는 ‘문법’이 기존의 정치 엘리트들과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정치인들은 신중한 보도자료와 당의 공식 입장을 앞세우곤 했다. 반면, 트럼프는 본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 하나로 직접 지지자들과 소통했고,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섞어가며 대중의 감정을 건드렸다. 그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충격이었지만, 정치적 소외계층에게는 비로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쳤다. 여기서 우리는 대중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오래된 화두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를 단순히 ‘논쟁적인 인물’로 치부하기보다는, 한 명의 사업가가 어떻게 자신의 브랜드를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부동산 개발과 호텔 사업에서 쌓은 협상 논리, 즉 ‘거래’의 관점은 그가 백악관에 들어선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국제 관계든 국내 정책이든 그는 종종 거액의 계약을 다루듯 정치를 대했고, 이는 기존 외교관들이 유지해온 절차적 매너와 자주 충돌했다. 이러한 충돌 자체가 낯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국가 원수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현대 정치사에서 적지 않은 무게를 갖는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등장 이후 전 세계 여러 정치 무대에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것이 아니라,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쌓여온 사회라면 어디서든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그 모든 현상을 한 인물의 탓이나 공로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카메라 앞에서의 연출력과 브랜드 가치를 이해하는 능력이 이제는 정치적 생존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결국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권력의 얼굴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때로는 위엄 있는 관료적 언어로, 때로는 시장통의 호통 같은 언어로 권력은 작동한다. 독자 여러분이 그의 행보를 바라볼 때 단순히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넘어, ‘왜 이런 방식이 통했는가’를 질문한다면 그 자체가 건강한 시민적 사고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백악관에 들어온 낯선 문법, 트럼프가 보여준 권력의 또 다른 얼굴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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