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종사

비행기 조종실에는 두 사람이 앉는다. 하나는 기장이고, 다른 하나는 부조종사다. 승객들은 대개 앞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운항에서 부조종사는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다.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부조종사도 그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완전한 자격을 갖춘 조종사다. 기장과 동일한 비행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며, 이착륙을 포함한 모든 단계의 비행을 수행할 능력을 지녔다. 부기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마치 수습 과정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독립적인 조종 역량을 가진 전문가인 셈이다.
조종실 내에서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보통 한 사람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는 피에프(Pilot Flying) 역할을 맡고, 다른 한 사람은 계기 확인, 관제 교신, 체크리스트 수행 등을 담당하는 피엠(Pilot Monitoring)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분은 기장과 부조종사의 서열과는 별개로, 비행 단계에 따라 번갈아 가며 맡는다. 부조종사가 피에프가 되어 이륙하고 착륙하는 일도 흔하며, 이것은 규정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부조종사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안전의 또 다른 축이라는 점이다. 혼자 비행하는 상황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나 판단 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체크리스트를 읽고 교차 확인하며 서로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구조 자체가 사고 예방의 핵심 장치다. 항공 사고의 상당 부분이 의사소통 오류나 권위에 눌린 침묵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부조종사가 망설이지 않고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부조종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때로 항공 선진국들과는 다른 결을 보이기도 한다. 연공서열과 위계질서에 익숙한 문화적 배경 탓에, 부조종사가 기장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론 항공사 내부의 교육과 CRM(Crew Resource Management) 훈련을 통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문화적 요인이 조종실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다.
조종실 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조종사 개인의 시간들을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부조종사들은 기장 진급을 앞둔 상태다. 수천 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으며 진급 심사를 준비하고, 끊임없이 진행되는 시뮬레이터 훈련과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기간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완벽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평가받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 직업의 녹록지 않은 이면을 보여준다.
요즘 항공 업계에서는 부조종사 수급 문제도 큰 화두다. 팬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되면서 조종사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자격을 갖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항공사 입장에서 숙련된 조종사를 확보하는 일은 서비스 확대와 직결된 문제인 까닭에, 부조종사에 대한 처우나 근무 환경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비행기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조종실 앞쪽 문이 열리며 인사를 건네는 이가 기장일 확률은 절반 정도다. 부조종사가 먼저 나와 작별 인사를 할 수도 있다. 그 짧은 순간 뒤에는 보이지 않는 훈련과 책임,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조종실의 엄격한 호흡이 자리하고 있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떠 있고 제시간에 도착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 사람이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5w7o7i6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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