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챗GPT를 접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똑똑한 검색창'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구글에서 찾기 귀찮은 잡학지식을 물어보거나, 가끔 영문 이메일 초안을 맡기는 용도로 쓰니까. 그런데 몇 달을 쓰다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하나 생긴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건 정확한 정보보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해 줄 '대화 상대'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팀장에게 보낼 보고서 문구가 막막할 때가 있다. "이번 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서 솔직히 죄송하지만 다음엔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투로 쓰기엔 뭔가 아프다. 이걸 창에 쏙 집어넣고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바꿔줘"라고 치면, 챗GPT는 아주 침착한 문장을 뱉어낸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문장을 받아보고 나서야 사용자가 진짜 전하고 싶었던 게 '사과'가 아니라 '원인 분석과 향후 계획'이었다는 걸 깨닫는다는 점이다. 기계가 말해준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위해 생각을 꺼내 놓는 과정에서 이미 절반은 정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변을 보면 챗GPT를 두고 "글쓰기 대신해주는 요술방망이" 아니면 "인간의 사고력을 갉아먹는 위험물" 이렇게 양극단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이 도구와 부딪히며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좀 더 미묘하다. 우리는 종종 모니터 속 저 상대방에게 설명을 하려다가, "아,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멈춤표를 찍는다.
질문의 품질이 답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챗GPT 앞에서는 그 진리가 너무도 직설적으로 되돌아온다. "조금 더 좋게 해줘"라는 모호한 지시에는 역시 모호한 결과가 나오고, "독자층은 20대 여성이며 톤은 친근하되 정보는 정확해야 해"라고 짚어주면 비로소 쓸 만한 문장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스레 자신의 요구를 정교하게 언어화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끝까지 기계에게 맡기면 귀찮음은 줄지만 생각의 근육은 퇴화할 것이다. 하지만 창을 켜기 전에 잠깐, 소리 내어 혹은 머릿속으로 "내가 지금 뭘 물어보려 했지?"라고 자신에게 먼저 말해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챗GPT는 생각을 대신해주는 마법사가 아니라, 우리가 흐릿하게 품고 있던 생각의 윤곽을 비춰주는 거울에 가깝다. 다음번에 그 초록색 창을 열 때, 거울 속에 비칠 이야기를 한번쯤 정리해 본 뒤 건네보는 건 어떨까.
챗GPT에게 말을 걸고 나서야, 비로소 정리된 우리의 생각들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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