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왜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닌가

결혼식 사진을 몇 년 뒤에 다시 꺼내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날 가장 공들였던 것들이 사진에는 거의 남지 않는다. 장식의 색, 식순표의 서체, 사회자가 준비한 멘트 같은 것들. 정작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면은 다른 데 있다. 신부 쪽 하객석에서 터진 음, 두 사람이 손을 잡는 순간 뒤편에서 조용히 눈을 던 누군가의 얼굴, 서로 처음 보는 양가 친척들이 어색하게 악수를 나누는 그 한 컷.
결혼식은 준비하는 사람의 눈과 기억하는 사람의 눈이 서로 다른 행사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의외로 건조하다. 결혼식은 사적인 결정을 공적인 사건으로 바꾸는 절차라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한 장의 서류, 그러나
한국의 법에서 혼인은 예식이 아니라 혼인신고로 성립한다. 민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신고를 마치면 그때부터 부부가 된다. 화려한 예식장에서 백 년 가약을 약속해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이 사실을 처음 알면 대개 조금 허무해한다. 그렇게 큰일을 치렀는데 그게 법적으로는 부수적인 절차였다니.
하지만 순서를 뒤집어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이미 마음속에서 끝난 결정을, 사람들 앞에서 한 번 더 하는 자리. 혼인신고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이지만 결혼식은 그 결정을 세상에 등록하는 일이다. 등록이라는 말이 차갑게 들린다면, 이렇게 바꿔도 된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관계로 살아갈지를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결혼식에는 원래부터 관객이 필요하다. 관객 없는 선언은 선언이 아니라 혼잣말이다.
두 사람이 아니라 두 세계가 만나는 자리
결혼식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 번 세어 보자. 신랑 쪽에는 그의 부모와 형제,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첫 직장 동료, 군대 동기가 섞여 있다. 신부 쪽에도 그녀의 가족과 오래된 친구, 대학 선배, 지금 다니는 회사의 팀원이 있다. 이 사람들은 서로를 거의 모른다. 평생 같은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결혼식은 이 두 개의 세계가 처음으로, 그리고 아마 유일하게, 한 공간에 모이는 날이다. 사람들은 흔히 결혼식을 두 사람의 날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관계망의 재편이다. 누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그날 처음으로 눈에 보이게 된다.
그래서 결혼식은 신랑 신부보다 부모 세대에게 더 큰 사건인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사랑해서 만나는 일은 당사자들이 이미 정리했지만, 두 집안이 서로를 처음 마주하는 일은 그날 처음 벌어지기 때문이다. 상견례라는 별도의 절차가 따로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식이라는 형식, 그리고 산업
한국의 결혼식은 오랫동안 랄 만큼 표준화된 형태를 유지해 왔다. 예식장을 잡고,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을 한 음으로 준비하고, 정해진 식순에 따라 예식을 올린다. 흔히 '스드메'라고 부르는 이 묶음은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관문처럼 작동한다.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먼저 익야 하는 구조다.
이 형식이 편리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모든 걸 설계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표준화된 절차는 실수를 줄여 주고, 양가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그림을 제공한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때때로 선택지를 좁힌다는 점이다. 예식의 규모와 형식이 이미 정해져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이 맞는지보다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 것도 이 지점이다. 예식장 대신 작은 공간을 빌리거나, 가족만 모여 식사를 하는 방식, 아예 예식 없이 신고만 하고 나중에 여행으로 대신하는 방식이 늘었다. 누군가에게는 형식의 축소로 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형식에서 의미를 되찾으려는 시도다. 큰 잔치를 포기한 게 아니라,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부분을 덜어 내고 자기들이 실제로 원하는 부분을 남긴 셈이다.
축의금 봉투와 하객의 자리
결혼식에 초대받은 사람은 대개 봉투를 들고 간다. 축의금이라는 관습은 여러모로 실용적이다. 잔치 비용을 나누고, 받은 만큼 나중에 돌려주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이 관습을 돈의 문제로만 보면 절반을 놓친다.
축의금은 일종의 참석 확인서다. 나는 당신의 이 결정을 알았고, 그 자리에 있었다는 표시다. 금액이 문제가 되는 순간 이 의미가 흐려지지만, 원래의 기능은 그쪽이 아니다. 결혼식에 가는 일은 구경을 가는 게 아니라 증인이 되러 가는 일이다.
그래서 오래된 친구의 결혼식에서 사람들이 우는 장면은 이상하지 않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과거를 각자 조금씩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헤어진 이야기를, 누군가는 취업이 안 되어 함께 밤을 새운 기억을 갖고 있다. 그 기억들이 한자리에 모여 짧은 예식 동안 조용히 정리된다. 결혼식이 끝나면 두 사람은 그냥 부부가 되지만, 하객들에게는 그날이 그 사람을 다시 정의하는 날이 된다.
끝나고 나서 남는 것
결혼식은 하루면 끝난다. 준비 기간이 몇 달이든, 하루면 끝난다. 그리고 그 하루가 끝나면 대부분의 준비물은 빠르게 잊힌다. 어떤 꽃이었는지, 몇 번째 순서에서 무슨 음악이 나왔는지, 사회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흐릿해진다.
남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날 처음 만난 양가 가족이 이후 명절마다 마주 앉게 되고, 친구들은 그날 이후 두 사람을 다르게 부르기 시작한다. 사진 속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관계의 지도 위에 새로 그어진 선들이 남는다.
그래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이런 것이다. 어떤 식을 올릴지보다, 그 자리에 누가 서 있을지를 먼저 정하라고. 형식은 나중에 바꿀 수 있지만,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과의 기억은 나중에 바꿀 수 없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건 이미 끝난 일이다. 결혼식은 그 사랑을 다른 사람들의 삶에 끼워 넣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행사는 끝까지 두 사람만의 일이 될 수 없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56fo93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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