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에서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팀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아틀레틱'과 '아틀레티코'라는 이름까지 비슷한 두 클럽이 있다. 아틀레틱 빌바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유니폼도, 이름도 닮은 이 두 팀은 사실 한 뿌리에서 시작했고, 그러면서도 완전히 반대되는 방식으로 스페인 축구의 최상위권에 자리를 지켜 왔다. 두 클럽이 맞붙는 경기가 단순한 리그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두 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탄생은 아틀레틱 빌바오와 떼어놓을 수 없다. 1903년, 마드리드에 유학 온 바스크 출신 학생들이 고향 팀이자 당시 스페인 축구의 중심이던 아틀레틱 빌바오의 분회 형태로 클럽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시초다. 창단 초기 구단 이름에도 '아틀레틱'이 그대로 들어갔고, 1911년에는 모(母)클럽과 같은 빨강-흰색 줄무늬 유니폼을 채택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로히블랑코스(빨강-하양)'라는 별명이 만들어졌다.
이후 아틀레티코는 마드리드를 연고로 삼아 독자적인 길을 걸었고, 아틀레틱은 바스크 지역의 상징으로 남았다. 같은 혈통에서 출발했지만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정체성을 다져온 셈이다.
아틀레틱 빌바오, 정체성 그 자체로 존재하는 클럽
아틀레틱 빌바오는 1898년 창단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라리가 창설 이후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세 클럽에 속한다. 이 클럽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것은 선수 영입 방식이다. 아틀레틱은 바스크 지역 출신이거나 바스크 연고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만 기용하는 전통을 100년 이상 지켜 왔다. 외국 선수는 물론 스페인 다른 지역 출신도 제외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리그 8회, 코파 델 레이 24회 우승이라는 스페인 축구 역사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방침 덕분에 아틀레틱은 '팀을 꾸리는 클럽'이 아니라 '팀을 키우는 클럽'으로 불린다. 산 마메스라 불리는 홈구장은 '대성당(La Catedral)'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지역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그라운드에 뛰는 선수 상당수가 고향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는 점은 다른 어느 빅클럽에서도 찾기 어려운 광경이다. 우나이 시몬, 이냐키 윌리엄스, 니코 윌리엄스처럼 바스크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배출해 왔고, 2024년에는 40년 만에 코파 델 레이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며 전통의 가치를 증명했다. 유럽 무대에서도 1977년 UEFA컵 결승에 오른 적이 있지만, 메이저 유럽 대항전 우승 트로피는 아직 보관함에 없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림자를 벗어난 마드리드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오랫동안 같은 연고의 레알 마드리드에 가려진 '제2의 클럽'이라는 수식어와 함께했다. 그러나 구단의 성적표를 보면 결코 밑에 있던 팀이 아니다. 리그 우승 11회로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정상 자리를 밟았고, 코파 델 레이도 10회 들어올렸다.
유럽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유로파리그(구 UEFA컵)에서 세 차례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세 번(1974, 2014, 2016) 올랐다. 세 번 모두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014년 결승에서 연장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몰아붙였던 경기는 유럽 축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승부로 남아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부임한 2011년 이후 아틀레티코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촐리스모'라 불리는 단단한 수비 조직화와 강한 몸싸움, 역습 중심의 축구는 화려함보다 강인함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의 대명사가 됐다. 코케, 얀 오블락, 앙투안 그리즈만 같은 장기 핵심 자원들이 이 정체성을 상징하며, 빈센테 칼데론에서 메트로폴리타노로 홈구장을 옮긴 뒤에도 이 색채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맞대결이 특별해지는 순간들
두 팀은 라리가가 열릴 때마다 홈앤드어웨이로 맞붙지만, 가장 극적인 대결은 2012년 유로파리그 결승이었다.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아틀레티코가 파르카오의 멀티골을 앞세워 아틀레틱 빌바오를 3-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같은 나라 두 클럽이 유럽 대항전 결승에서 격돌한 사례로, '아틀레틱 대 아틀레티코'라는 대결 구도가 가장 크게 조명된 순간이었다.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도 여러 차례 맞붙은 인연이 있으며, 전체 상대 전적에서는 아틀레티코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축구 철학으로 보는 두 클럽의 차이
두 팀의 대결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름이 비슷해서만이 아니라, 정반대에 가까운 생존 전략이 그대로 축구 스타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틀레틱은 영입 시장이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에 유스 시스템과 지역 인재 육성이 곧 전력이 된다. 그래서 팀의 뼈대가 오래 유지되고, 선수들이 클럽과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뛰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몸싸움과 투지를 중시해 왔으며, '아틀레틱답게 뛴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기질이 뚜렷한 팀이다.
아틀레티코는 전 세계를 무대로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감독이 만드는 강한 팀 컬러로 정체성을 유지한다. 시메오네 체제에서는 어떤 선수가 오든 조직적인 수비와 근성 있는 경기 운영이라는 틀 안에 녹아든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틀레틱이 '사람'으로 정체성을 만든다면 아틀레티코는 '시스템'으로 정체성을 만드는 셈이다.
이런 차이 덕분에 두 팀이 맞붙으면 경기가 단순해지지 않는다. 아틀레틱의 전방 압박과 사이드 공격, 아틀레티코의 견고한 블록과 역습이 맞부딪히는 구도가 되는 경우가 많고, 산 마메스의 뜨거운 응원 열기까지 더해지면 중립적인 팬들에게도 볼거리가 풍부한 경기가 탄생한다.
이름은 닮았지만 길은 달랐다
아틀레틱 빌바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같은 줄무늬를 입고, 비슷한 이름을 가졌고,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하나는 지역과 혈통이라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 전통을 지켜 왔고, 다른 하나는 열린 영입과 강한 팀 컬러로 유럽의 정상급 클럽으로 성장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 답은 없다. 두 클럽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스페인 축구를 대표하는 자리를 지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틀레틱 대 아틀레티코라는 대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축구 클럽이 존재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 부딪히는 무대로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아틀레틱 대 아틀레티코: 이름이 닮은 두 클럽, 무엇이 다를까
Source: Hot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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