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런던 북부에 위치한 한 축구 클럽이 있다. 우승 트로피의 숫자만 놓고 보면 최상위권에 속하지 않지만,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팀. 토트넘 홋스퍼다. 왜 사람들은 이 클럽에 열광하는 걸까. 단순히 승리의 기쁨 때문만은 아니다. 토트넘에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해내지 못한 꿈'의 미학
토트넘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말이 있다. "To dare is to do." 감히 도전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뜻의 이 구호는 클럽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 1882년 창단된 토트넘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1901년 FA컵 우승 당시, 남부 리그 소속이었던 토트넘은 북부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으며 기적을 만들어냈다. 2부 리그 팀이 FA컵을 들어 올린 최초이자 마지막 사건이었다.
이런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토트넘의 DNA가 됐다. 1960-61 시즌,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리그와 FA컵 더블을 달성한 팀도 토트넘이다. 1972년, UEFA컵(현 유로파리그)의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도 토트넘이다. 항상 첫 번째를 향한 도전 정신, 그것이 이 클럽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다.
화려한 공격 축구의 철학
토트넘 경기를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늘 흥미롭다. 무조건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빌 니콜슨 감독 시절부터 이어온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축구는 토트넘의 전통이 됐다. "경기는 이겨야 하지만, 아름답게 이겨야 한다"는 신념. 이것이 토트넘 팬들이 자신의 팀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가끔은 그 철학 때문에 패배를 맛보기도 한다. 방어적인 축구로 승점을 쌓을 수도 있지만, 토트넘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양날의 검인 건 분명하다.
손흥민과 새로운 시대
토트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2015년, 한 한국인 선수가 입단한 것이다. 손흥민의 영입은 토트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단순히 팀의 주급을 떠나, 클럽의 아이콘이 됐다. 2023-24 시즌에는 공동 득점왕에 오르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프로 정신, 팀을 위한 헌신, 그리고 실력은 토트넘이 추구하는 가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해리 케인이 떠난 후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끄는 모습은, 토트넘이 어떤 클럽인지 잘 보여준다. 스타 플레이어지만 결코 스타 행세를 하지 않는다. 팀을 위해 뛰고, 동료를 살리고, 팬들과 소통한다.
새로운 홈, 새로운 시작
2019년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현대 축구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62,850석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단순한 축구 경기장이 아니다. NFL 경기가 열리고, 콘서트가 진행되며, 지역 사회의 허브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장의 분위기다.
승리의 순간, 팬들이 함께 부르는 구호. 패배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응원. 토트넘 팬들은 자신의 팀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Yid Army"라는, 논란도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자긍심의 상징이 된 별명. 이 모든 것이 토트넘만의 문화를 만든다.
앙게 포스테코글루의 혁명
2023년, 토트넘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앙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부임이다. 그는 토트넘에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가져왔다. 공격적인 전술, 젊은 선수들의 발탁, 과감한 경기 운영. 케인 없는 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우리 식으로 하자."
물론 결과가 바로 따라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트넘 팬들은 변화의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 완성된 팀이 아니다. 만들어가는 팀이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들. 그것이 진정한 토트넘 팬의 모습이다.
왜 토트넘인가
많은 이들이 묻는다. 왜 우승을 많이 하지 못하는 팀에 열광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축구는 트로피만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승리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도전의 가치, 아름다운 축구에 대한 추구, 팬들과의 진정한 연결. 이것이 토트넘이 특별한 이유다.
토트넘의 역사는 완벽하지 않다. 아쉬운 순간도 많았다.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 수많은 4위와 5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토트넘을 토트넘답게 만들었다. 팬들은 완벽한 팀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팀을 원한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아우르는, 진짜 같은 팀.
토트넘은 계속된다. 새로운 선수들이 오고, 새로운 전술이 시도되고, 새로운 역사가 쓰인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토트넘 팬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