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에너지 대전환의 무대 뒤 설계자

지난해 어느 날,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 후배가 물었다. "에너빌리티가 뭔데요?" 나는 잠깐 말을 더듬었다. Energy와 Sustainability를 합친 조어임은 알겠는데, 한 문장으로 설명하려니 쉽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답했다. "에너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력, 그걸 상징하는 이름이 아닐까."
두산에너리티는 여전히 발전설비, 원자력, 수소, 풍력 같은 대형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그 안에서 회사의 핵심 가치는 조용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의 두산중공업은 '만드는' 기업이었다면, 지금의 두산에너빌리티는 '전환'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그 차이는 미묘하지만 큰다.
대형 설비의 무게, 그리고 변화의 속도
두산에너빌리티의 뿌리는 1896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기계공구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발전설비, 기차, 조선, 건설장비까지 만든 국내 대표 중공업 그룹이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설비와 원자력 사업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업화를 상징하는 기업이 됐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석탄발전 수주 소와 원전 수주 부진, 그리고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이 겹쳤다. 2021년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에너리티로 사명을 바꾸는 것은 단한 이미지 전환을 넘어, 사업의 근간을 재정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에너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의미의 에너빌리티는 그 선언의 상징이다.
원전과 수소, 풍력을 잇는 기술 생태계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목하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소형모원전, 이른바 SMR이다.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인 차세대 원전 기술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외 SMR 개발 기업들과 협력하며 핵심 부품과 기술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는 수소다. 수소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안정화하는 매개체로, 그리고 탄소중립을 향한 핵심 연료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 터빈, 수소 생산용 전해조, 액화수소 관련 기술 등을 확보하며 수소 가치사슬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셋째는 풍력이다. 특히 해상풍력 분야에서 발전기와 부품, 설비 설계 기술은 회사의 전통 강점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외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필요한 토털 솔루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재무 구조와 글로벌 경쟁이 남은 과제
기술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만큼, 과제도 명확하다. 첫째는 재무구조다. 중공업 업종 특성상 수주와 납품 주기가 길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과거의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둘째는 글로벌 경쟁이다. GE 버너, SIEMENS, Mitsubishi 등 전 세계 중공업 기업들과의 경쟁은 치열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한국형 발전설비와 원전 기술에 대한 노하우, 그리고 국내외 에너지 정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 능력이다.
셋째는 인재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과거의 기계·전기 중심에서 소회계, 디지털 트윈, AI 기반 예지보전, 수소·신재생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중견 제조업이 청년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어느 기업에게나 어려운 과제다.
에너지 전환의 '무대 뒤'가 중요한 이유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은 대부분 소비자 눈에 잘 띄지 않는 에서 이뤄진다. 바다 위 풍력 빈, 화력발전소 보일러, 원자력 증기발생기, 수소 충전소 핵심 부품. 이 모든 것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반이다.
최근 에너지 이슈를 논할 때 사람들은 주로 테슬라 같은 기업, 배터리 기업, 혹은 정부 정책을 떠올린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무대 뒤' 산업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도 저장과 안정화 기술이 없으면 의미 없고, 수소 경제를 논하려면 축·저장·운송 기술이 뒷침돼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속한 영역이 바로 그곳이다.
결은 기술 신뢰
두산에너빌리티의 미래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시장은 지정학, 환경규제, 기술 변화, 금리 등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회사가 가진 강점은 명확하다. 120년 넘는 제조업 DNA, 대형 복합 기계장치 설계 능력, 그리고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이해.
이 회사가 다시 주목받는 시점은 아마 기술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을 때일 것이다. 이름의 의미를 행동으로 보여줄 때, 사람들은 '에너빌리티'라는 단어를 더 이상 낯설게 여기지 않게 될 것이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2rpog8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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