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라디오를 켜거나 MTV를 트는 순간, 박준형의 목소리는 거의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god의 리더로서 보여준 거친 랩과 무대 위의 흥,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엉뚱한 캐릭터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단순히 ‘인기가 많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박준형은 그 시대의 공기 자체에 스며들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왜 하필 박준형일까? 동시대에 활동한 수많은 스타들, 그중에서도 박준형이 유독 ‘90년대 아이콘’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랩과 말 사이의 모호한 경계
박준형의 랩 스타일은 기술적으로 화려하지 않았다. 플로우의 변화도 제한적이었고, 가사의 밀도로 승부를 건 래퍼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랩은 ‘대화’에 가까웠다. 마치 친한 형이 옆에서 뭔가 신나게 떠드는 것 같은 느낌. 그 모호한 경계가 오히려 강점이었다. 전문 래퍼의 장벽 앞에서 주춤하던 일반 대중에게 박준형의 랩은 ‘들어볼 만한’ 음악이었다.
그의 보컬 톤도 한몫했다. 거칠면서도 친근한 음색은, 아이돌 그룹 안에서조차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god의 발라드 곡들 속에서도 박준형의 파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