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 이유

두산중공업에서 분사해 독립한 두산인프라코어는 2021년,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인프라'에서 '에너빌리티'로. 이 변화는 단순한 홍보용 수식어가 아니다. 건설기계 제조를 넘어 수소 연료전지, 소형 원자로 등 청정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선언이다. 기존의 디젤 중장비가 환경 규제 대상이 되면서, 전동 굴기와 하이브리드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굴삭기용 수소 내연기관 개발에 성공했다. 중장비 업계에서 수소 동력 상용화는 여전히 실험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는 상당한 기술적 진보로 평가받는다.

'값싼 일본산' 벗어난 과정

한국 중장비 산업은 원래 일본 기술에서 시작했다. 1970년대 말, 두산은 미쿠니 굴삭기 기술을 도입해 국산화를 시작했다. 당시 국내 건설 현장은 일본 코마쓰, 히타치 장비가 대부분이었다. 국산 장비는 '값은 싸지만 고장이 잦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미지를 바꾼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두산은 유럽의 부바트-한마를 인수하며 기술력을 끌어렸다. 이후 지속적인 품 개선과 함께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중동 사막 지대와 동남아 습한 기후에서의 적응력 개선은 일본 장비와 차별화된 강점이 됐다. 현지에서 부품 조달이 용이하고, 현지 기술자도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통했다.
2010년대 들어 두산은 굴기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톤급 중형 굴삭기 분야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인다.

현재의 도전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현재는 녹록지 않다. 중국의 색채가 짙은 건설기계 업체 케이스(Zoomlion), 삼일중공(Sany) 등이 값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코마쓰, 미국의 캐터필러는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유지하며 기술 격차를 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缝에서 '가성비'와 '기술력'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에 놓여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모회사 두산그룹의 재편이다. 최근 몇 년간 두산그룹은 사업 구조 조정을 이어가며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단순한 중장비 제조사가 아닌, 수소·원자로 등 미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는 압박 속에 있다.

중장비 산업의 질

중장비 시장은 자동차와 달리 감성 소비가 거의 없다. 건설사와 임대업자들은 냉정하게 잔고 가치와 운영 비용을 계산한다. 따라서 한 대의 기계가 2만 시간 이상 무고장으로 작동해야 하며, 부품 교체가 쉬워야 한다. 현장에서 1시간이라도 멈추면 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단기간에 극적인 기술 혁신을 이뤄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일관된 품질 관리, 현장 중심의 설계 개선, 글로벌 서비스망 구축이라는 지루하지만 필수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두산에너빌리티는 '스마트 건설'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굴삭기에 자율 주행과 원격 제어 기술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이며, 인력난이 심각한 선진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저가 제품과 일본·미국의 고가 프리미엄 제품 사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 중장비 산업의 역사는 길지 않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지킨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가 직면한 과제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이다. 단순한 기계를 파는 것에서, 탄소 중립 시대의 에너지 인프라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변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 성패가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231ot8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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