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앞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만, 고기를 제대로 고를 줄 아는 사람도 드문 일이다. 식당 메뉴판에서 한우 등급이나 숙성 기간 같은 숫자를 확인하고, 마트에서는 눈에 익은 부위만 집어 온다. 그러다 집에서 구워 보면 같은 고기인데도 식당에서 먹던 맛과 다르다고 느낀다. 문제는 고기의 질보다 고기를 대하는 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고기는 감정적인 식재료다.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의 위로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 둘러앉는 핑계다. 그래서일까. 고기를 고르는 순간은 생각보다 충동적이다. 가격, 브랜드, 등급 같은 겉으로 보이는 기준에 의존하고, 정작 오늘 어떤 방식으로 구워서 어떤 식감을 원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고기란 시험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인데도, 고기를 대하는 태도는 어느새 성적표를 확인하는 태도가 된다.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비싼 고기가 항상 나에게 맞는 고기는 아니다. 등급이 높은 고기는 지방 함량이 풍부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하지만 기름진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높은 등급보다 담백한 부위가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한우와 수입육도 마찬가지다. 한우는 익숙한 기름의 풍미와 씹는 맛이 또렷하고, 수입육은 부위에 따라 담백하거나 부드러운 특성이 있다.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고 말하기보다, 어떤 요리에 쓰느냐가 더 본질적인 기준이다.
부위의 이름을 알면 선택이 달라진다. 등심, 안심, 갈비, 양지처럼 익숙한 이름 뒤에는 부채살, 치마살, 우둔살처럼 식탁에서 덜 만나는 부위들이 있다. 문제는 낯선 부위를 피하다 보면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점이다. 같은 소고기라도 부위마다 근섬유의 결이 다르고, 지방이 붙은 모양이 다르고, 열을 받았을 때 수축하는 정도가 다르다. 부위 이름을 외우라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 내가 자주 사는 부위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정도는 알아 두면 좋다. 그래야 두꺼운 채끝을 얇게 썰어 재우는 실수나, 안심을 질기다고 오해하는 일이 줄어든다.
고기의 색과 냄새도 생각보다 맹신할 것이 못 된다. 진공 포장된 고기는 산소에 닿으면서 겉면이 선홍색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포장을 뜯은 뒤 색이 조금 변했다고 해서 반드시 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판단은 색보다 냄새와 표면 상태에서 나온다. 신선한 고기는 비린내나 퀴퀴한 냄새가 강하지 않고, 표면에 불쾌한 점액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유통기한과 보관 온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포장지 안의 색만 보고 신선도를 판단하는 습관은 고기를 더 자주 버리게 만든다.
구울 때 가장 큰 변수는 등급보다 두께와 온도다.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바로 팬에 올리면 겉은 타고 속은 덜 익기 쉽다. 실온에 잠시 두어 고기 전체의 온도를 비슷하게 만든 뒤 굽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진다. 두꺼운 고기는 센 불에서 겉을 익힌 뒤 약한 불에서 속까지 익히고, 얇은 고기는 짧은 시간에 센 불로 굽는 것이 낫다. 꼭 요리 전문가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다.
고기를 먹는 일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삼겹살집의 연기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는 한때 회식과 모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양보다 질을 우선하고, 한 끼를 먹더라도 기억에 남는 고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고기를 덜 자주 먹되, 먹을 때는 더 잘 고르고 더 신경 써서 구우려는 태도다. 이것은 소비의 변화이면서 동시에 식탁의 변화이기도 하다.
결국 좋은 고기를 고르는 일은 좋은 식탁을 고르는 일이다. 값비싼 부위나 높은 등급을 자랑하기 위한 고기가 아니라, 오늘 내가 원하는 맛과 식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부위를 고르는 것. 그리고 집에 돌아와 서두르지 않고 굽는 것. 고기 앞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은 화려한 정보가 아니라, 바로 그런 기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고기는 더 이상 어려운 재료가 아니라 정직한 재료가 된다.

Source: HotArticle

Original link: https://www.hotarticle24.com/231ogq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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